비 오는 날 소개팅 첫만남 경험

4월 중순.
봄이 만개한 어느 토요일.
하지만 날씨는 봄답지 않았다.
벚꽃은 피었지만,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고,
거센 돌풍까지 불어닥치며
모든 걸 휩쓸 듯한 하루였다.

그런 날, 나는 소개팅 장소로 향했다.
이미 수많은 소개팅을 해왔고, 한 번도 잘된 적 없었다.
기대는 없었다. 흐름을 유지하려는 습관처럼
소개팅 제안이 들어오면 특별한 이유 없이는 거절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나가봤다.

사실 그 직전엔,
온누리교회 커플매칭 프로그램에 신청했다가
개인 사정으로 취소했던 터였다.
이제는 별 기대도 안 하게 되는 나이에
주변 사람들은 “이유가 있을 거야, 좋은 인연이 있을 거야”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드라마 속 인연?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 처음 본 그녀의 미소,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미소.
지금까지 소개팅하면서 단 한 번도
처음 마주쳤을 때 웃어주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가식 아닐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어느새 나는 그 미소에 녹아들고 있었다.

대화가 시작됐다.
놀랍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색한 순간이 없었다.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 취미, 여행지…
하나하나가 맞아떨어졌다.
유머 코드도 찰떡이었다.

🔍 우리는 INFJ와 INTJ

나는 INFJ, 그녀는 INTJ.
이론상으로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궁합.
하지만 우리는 그 차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눴고,
서로의 관점을 듣고 또 이야기하며
대화의 깊이는 더해져 갔다.

첫 만남에서
이 정도로 몰입된 적이 있었던가?

☔ 주선자의 조언, 3번은 무조건 만나봐!

주선자는 내 직장 동료였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외모 따질 나이는 지났어.
무조건 3번은 만나봐. 재지 마.”

나도 마침 그런 마음이었다.
정말 아닌 경우만 아니라면,
흐름을 끊지 않고 만나보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게 다가왔다.
3번이고 뭐고,
더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으로 자리에서 애프터 요청

나는 늘 소개팅이 끝난 후
집에서 카톡으로 애프터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 자리에서 직접 말했다.
“혹시 3번 정도 만나보면서 서로 알아보는 건 어때요?”

그녀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3번 만나보죠.”

알고 보니, 그녀도 주선자에게
“3번은 만나보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일만 만나고 끝내겠다고 생각했었단다.
그런 그녀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 5시간 동안 끊이지 않았던 이야기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무려 5시간 동안 이어졌다.
오후 4시에 만나
밤 9시에 헤어질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였다.

지루함이라는 단어가
단 한순간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 두 번째 만남은 2주 뒤 토요일

두 번째 약속은
2주 뒤 토요일로 정했다.
나는 바로 다음 주에 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미 직장 동료들과 전주 여행 계획이 잡혀 있었다.
1박 2일로 잡힌 전주 여행이 끝난 그 다음 주,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다.

첫 만남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기에
그 짧은 2주조차 길게만 느껴질 것 같았다.

💌 운명 같은 인연이 내게도 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많은 소개팅을 해왔지만,
이렇게까지 마음이 끌렸던 적은 없었다.
그녀의 말투, 표정, 웃음, 태도, 대화의 온도까지
모든 것이 편안했다.

소개팅이 끝난 날 밤,
나는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이게… 드라마 속 이야기 같은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한 하루였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설레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